얼마 전 작지만 큰 꿈을 꾸면서...
작지만 큰 시도를 행했습니다.
바로 '퇴직'입니다.
인생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 중 하나이지만,
제 인생에서 입학, 졸업, 취업까지가 가장 큰 경험일 줄 알았는데
퇴직..이라는 나름 큰 경험을 한지 오늘까지 7일째입니다.
모두들 퇴직하면 어떻게 지낼거니?
기분은 어떠니?
뭘할거니? 등등 을 물어오셨는데
다들 저 개인에 대한 궁금증일 수도 있지만
왠지 모르게 한 편으로, 대리만족..이란 느낌도 지울 수가 없더군요.^^
그래서 저는 퇴직을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?
어떤 생활을 할까..하는 분들을 위해서 글을 쓸까 합니다.
물론 저와는 다른 계획이나 상황이 있는 분들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겠지만
퇴직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은 이렇게 지내고 이런 감정이더라~
가벼운 마음으로 대리만족 하시길 바랍니다.
'아, 저럴 거니깐 나는 하지 말아야지.'
'아, 저런 게 좋을 수도 있겠구나.'
뭐 요런 소소한 대리만족 말이죠 ^^
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, 백조로서의 생활에 대해서
퇴직하기 전에는 참 떨리고 고민도 많고,
이것저것 그 모든 것들이 힘들까봐 걱정했는데...
생각보다 아직까지는 일이 없는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.
어때요? 대리만족..이 되시나요?
저의 후배 중에 한 분이 "부러우면 지는 건데 이미 졌다"라고 말했지만
저는 그 후배님에게 오히려 현재 자신의 생활에 대해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.
저는 그랬습니다.
퇴직하기 전 저의 생활이 만족이 되지 않았고
다른 꿈을 꾸고 있었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
길을 나섰습니다.
조금은 무모하고 낯설기도 하고 설레면서도 겁이 나는 길을요.
그 길을 다른 사람들이 지켜본다는 생각에
처음에는 상당한 부담감도 있었습니다.
하지만 어느 샌가 오롯이 저만을 위한 길을 걷기 위해
떠나온 제 자리를 보고 나니 오히려 담담해지기 시작했습니다.
2일째에는 스스로 박차고 나왔으면서도, 믿을 수 없는 현실에
아침에 일어나자마자 '내가 왜 여기에 있지?'란 생각을 하며 밥을 먹고
그 강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다시 밥을 먹고 잠이 들었습니다.
그 강한 느낌이란 것은
일할 시간에 누워 있는 제 모습이 너무나도 어색했다는 것,
너무 큰 자유가 갑자기 주어지니
오히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왔다는 것이었습니다.
그리고 그 강한 느낌이 사라지고 슬슬 적응이 되기 시작한...
어제, 바로 6일째!!
제가 오늘 무슨 생각했는지 아세요?
다소 충격적이고도 웃기지만 당당하게 말하겠습니다.

저 정말, 정말정말~~
회사 밥이 맛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.
이것은 제게 있어서 단순히 맛을 넘어선
하나의 생활이며, 정신이며, 문화였었다는 걸 알게 되었죠.
( 이 무슨 황당하지만 당당한 발언이란 말입니까 ㅎㅎ)
이것은
그 그립던 '엄마 손 맛', 또는 '집 밥'에 6일 만에 질려버린 한 사람의 깨달음이었고,
'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'는 평소 저의 생각이 너무나도 강하게 스스로를 압박해
입맛 마저 가뭄에 샘 마르듯 마르게 한 신비로운 현상이었고,
'어찌됐건 내가 차려먹는 밥보다 누가 차려주는 밥상이 더 좋더라'는
대한민국 주부님들에 대한 적극적인 자기주도적 이해였으며,
때때로 개인적인 만족이나 맛이야 어떻게 됐건 다 된 밥상, 2-3가지 중에
숟가락만 올려서 맛있게 먹고 식판만 옮겨주면 되던 '행복한'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었던 것 같습니다.
더불어 동료들과 밥 때만을 기다려 비가 오나, 눈이 오나 팔짱 끼고 쪼르르 달려가서(여자들이 많았던 부서 특성상)
수다 한 술, 밥 한 술 뜨면 그 순간 만큼은 스트레스도 뜨거운 밥과 국에 녹던 신비로운 현상이었었지요.
아, 정말 제가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, 절 위해서...
지금 식당 밥을 드시고 나오면서 또는 드시러 가면서
"오늘 밥이 왜 이래?'"라고 외치지는 말아주세요.
저는 엄마가 기분 좋으실 때 밥 차려주면 "감사합니다 ~~" 하고 먹고 얼른 투정없이 먹지 않으면
제가 제 손으로 밥을 차려먹고 씻고 밥 솥에 밥이 비워졌을 때 다시 안 해두면
나중에 혼날 가능성 99.9%인 백조니까요 ㅎㅎ
하지만 그래도 지금 저는 행복합니다.
그리고 다음 길을 걷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
아마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.
이렇게 말해야
대리만족 하시는 분들에게 그나마 환상을 안겨주겠죠? ㅋㅋ
암튼 퇴직 365, 이제 359일 남았군요.
1년 뒤의 저의 모습이 저도 기대가 됩니다.
지금 혹시 퇴직, 또는 또 다른 시작을 꿈꾸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
작지만 큰 저의 변화들을 보시고 참고하시기 바랍니다. ㅎㅎ
퇴직, 365 !
1. 갑자기 주어진 무한한 자유에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다.
2. 회사 다니면서 먹는 밥이 더 맛있다!
챠오!
I'm your angel, 밤별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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